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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잠수함 AIP - 폐회로디젤 by 개발부장

전제: 실제 성능이나 실현성 따위는 물부어 먹었습니다.

원잠이 아닌 재래식 잠수함은 물 위로 올라와 잠깐 엔진을 돌려서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한 뒤, 이 전기를 이용해 수중에서 활동합니다. 배터리를 수백 톤씩 싣고 있어도 어차피 배가 그만큼 무거우니까, 물 속에서 아주 느리게 움직이거나 아예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모를까 고속으로 적 함대를 추격한다거나 반대로 도주한다거나 하면 몇 시간만에 전력이 떨어져 버리죠, 그리고 물 위로 올라오면 그걸로 게임 끝.

그래서 필요한 게 AIP인데, 물 속에서 전기를 만들어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한국해군은 214급을 들려오면서 연료전지를 도입했고, 일본은 스털링 기관이라는 좀 덩치가 큰 녀석을 쓰다 보니 세계 최대의 재래식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배는 클수록 좋다지만 딱히 좋은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여기서 두 종류 AIP의 단점을 분석하면,

연료전지는 산소와 수소를 결합해 전기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이론상으로는 기계적 동작부가 없으므로 가장 조용합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고요. 그런 연료전지의 단점은

1. 별도의 수소와 산소를 적재해야 한다.
듣기만 해도 위험한데다 지상시설을 따로 마련해야 하고, 해상보급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탄화수소 연료전지(가솔린이나 알콜을 개질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어내서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라면 이 단점은 크게 줄어들지만, 아직 연구중입니다. 20년 전쯤에 완성이 눈앞에 보인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연료전지 연구원이었던 제 선배는 "연료전지를 연구하는 게 하나의 경제 구조가 되어버려서, 연구가 완성되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 출력이 약하다.
214급의 경우, 연료전지의 출력은 모터 출력의 1/8밖에 안 됩니다. 물 속에서 2주일이나 숨어 작전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고속으로 활동하는데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3. 값이 비싸다.
214급 건조비용이 4천억원 정도 들었는데, 개중 연료전지 비용이 1,400억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이건 뭐--;;
처음 214급 도해 봤을 때는 연료전지 모듈이 엄청 작아서, 기존 디젤엔진과 연료탱크와 납축전지 전부 들어내고 연료전지와 액화수소로 채워 수중 고속작전 가능한 배를 만들 수 없나 했지만, 가격표 보니 눈이 돌아갑니다. 재래잠 한척에 1조원 나오게 생겼네요.


한편 스털링 엔진은 완전 밀폐된 외연기관입니다.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처럼 연료가 엔진 안에서 폭발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데워주면 그걸로 작동하죠. 20세기 초, 아직 전기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에는 양초를 켜서 그 열로 작은 스털링 엔진을 가동시켜 돌아가는 선풍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거 아냐?

1. 부피가 크다.
정확히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충분한 출력을 얻으려면 그만큼 덩치가 커집니다. 덕분에 소류급은 (왠지 나중에 엔진만 갈아 원잠 만들 것 같은) 4천톤짜리 재래식 잠수함이 되어 버렸습니다. 수직미사일 모듈까지 고려중인 우리나라 차기잠수함이 3천톤대인데...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입니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2. 출력이 약하다
그런데도 출력이 약합니다--;;
소류급은 V4-275R MK III 스털링 AIP 4기를 적재했는데, 이건 AIP로만 쓰고 별도로 디젤 2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스털링만으로 통일하고 디젤은 패스! 할 수 있으면 부피와 정비소요를 감축할 수 있었을텐데요,

3. 일본이 포기했다.(어이)
소류급은 2009년부터 매년 한 척씩 '쏟아붓고' 있어서, 벌써 8척이나 진수되어 있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세월 참 빠르네요... 그리고 11번함부터는 스털링 때려치고 리튬전지로 대체한다는군요. 리튬전지는 기존 납축전지에 비해 용량이 크고 가볍고 강하현상이 없는 등, AIP고 뭐고 그냥 전기 많이 충전해서 버티는 방식이 더 나은 모양입니다. 뭔가 2차대전 말기 독일이 발터 보트 포기하고 21형을 도입한 듯한 기억이 어른어른한데요.


그리하여 둘 다 마음에 안 차는 관계로, 제 취향은 폐회로 디젤입니다.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추가해 다시 흡기시키는 방식인데, 발전기와 모터를 떼어내고 기어로 스크루를 연결, 직접 돌려버리면 수중에서도 20~30kt의 고속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까놓고말해 초기 원잠급. 게다가 발전기와 축전지, 모터를 제외할 수 있으므로 동력계통의 부피가 확 작아집니다. 디젤-일렉트릭 방식은 현대까지도 기어드 디젤보다 부피가 큰데, 잠수함은 축전지가 전체 배수량의 20~40%까지도 잡아먹거든요. 이걸 몽땅 들어내버리면 배가 반으로 작아지거나 연료탱크가 세 배로 늘거나 무장량이 두 배가 되거나, 내키는 쪽으로 선택할 수 있겠죠.
...하는김에 스노클 할 때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게 아니라 공기를 압축해 액화산소를 생산합시다. 이러면 해상보급으로 위험한 액화산소를 보급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소음도 초기 원잠 수준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항속거리 1만 km 이내의 좁은(?) 해역에서는 원잠 짝퉁처럼 쓸 수 있는 거죠. 고속으로 달려서 적 함대를 추적해, 고속으로 달려서 적 대잠망을 돌파해, 대량의 무기를 쏟아붓고 고속으로 달려서 이탈했다가, 또 고속으로 달려서 재공격을 하는 미친 짓거리가 가능해집니다.

...현대 한국 해군이 필요로 하는 임무와는 전혀 다르다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저속/저음 초계임무가 중시된다면 다시 폐회로디젤-일렉트릭으로 돌아가 최대속력을 20노트 정도로 한정하고, 디젤 출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극단적인 저음침투를 위해 배터리도 좀 추가하고 하다 보면 결국 대형화됩니다만, 그래도 연료전지보다는 싸고 스털링보다는 작습니다.

그리고 궁극은 원자력 전지. 항속거리 20년.
문제는 에너지 밀도인데... 이거, 에너지밀도가 리튬전지의 1/100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도 잠수함은 용적이 넉넉하니까 많이 밀어넣어서 어떻게 안될까?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도입 난이도가 그냥 원잠하고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큰 단점이겠군요. 고로 폐회로디젤로 만족하고 싶어지네요.

덧글

  • shaind 2017/11/27 23:25 #

    "일본은 스털링 기관이라는 좀 덩치가 큰 녀석을 쓰다 보니 세계 최대의 재래식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사실이 아니고, 일본 잠수함은 원래부터 장기간 대잠 감시임무를 상정한 대형 실린더형 함수소나(그리고 현측 어뢰발사관)와 다수의 승조원 및 항행능력을 갖추느라고 커졌던 거죠. (거기에 요샌 FAS까지.) 그래서 오야시오급에서부터 이미 수중배수량 4000톤짜리 잠수함이었습니다. 여기에 스털링AIP를 장착한 소류에 이르러서는 수중배수량이 200톤 늘어난 것에 그칩니다.

  • 개발부장 2017/11/27 23:37 #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잘못 알고 있었네요.<(__)>
    (오야시오가 수중 4천톤이라는 데 다시 한 번 기겁했습니다;; 2천톤 후반으로 알고 있었는데 수상배수량이었더군요;;)
  • shaind 2017/11/27 23:44 #

    사실 잠수함의 덩치는 수중배수량이죠.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원리 100% 적용.

    물론 내부 공간이나 탑재량은 잠수함의 타입에 따라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덩치로 보면 그렇습니다.
  • shaind 2017/11/27 23:42 #

    더군다나 CCD(폐쇄회로 디젤엔진) 역시 잠수함의 메인 엔진을 폐회로모드로 돌리는 게 아니고(공기소모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폐회로 작동용으로 마련된 자그마한 별도 발전용 엔진을 돌리는 겁니다.

    현재까지 시험된 것은 독일이 U-1에 달아서 테스트해본 것과, 네덜란드가 연구한 것으로서 출력은 각각 250kw, 300kw 였죠. 출력면에서는 스털링이나 연료전지랑 별 다를게 없습니다.

    (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Tomasz_Lus/publication/242783622_SUBMARINE_HYBRIDPROPULSION_SYSTEMS/links/55471dce0cf24107d39810e4/SUBMARINE-HYBRIDPROPULSION-SYSTEMS.pdf )

    사실 이건 당연한 건데, 열기관형 AIP의 출력을 제약하는 요소는 내장 산소의 소모량, 그리고 그보다도 더 중요하게는 배기가스에서 CO2를 해수에 녹여 제거하고 작동가스를 다시 순환시키는 시스템의 용량이기 때문입니다.

    디젤잠수함이 스노클링하면서 메인 디젤엔진으로 공기 빨아먹는 기세를 보시면 CO2 처리시스템더러 그만한 공기를 처리하라고는 양심상 기대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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